메밀꽃 필 무렵
찌푸린 하늘은 횡성을 지나 평창 나들목을 지날 즈음 서서히 화창해집니다.
봉평 가는 걸 알기라도 했을까요, 봉평장에 도착해서는 겉옷을 벗을 정도였습니다.
봉평장은 2, 7일 열리는데 춘천 풍물시장과 날짜가 같습니다.
서둘러 봉평5일장 구경을 마치고 이효석문학촌으로 향합니다.
봉평은 싱그러움이 가득합니다. 몇 해만인가요, 다시 찾은 이효석문학관은 오늘따라 더욱 정갈해 보입니다.
전시실 관람에 앞서 이번에는 그의 문학과 생애를 다룬 영상부터 시청합니다.
오래된 화질이 아쉬웠지만 가산(可山) 이효석의 삶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Scene 1
처녀는 울고 있단 말야. 짐작은 대고 있었으나 성서방네는 한창 어려워서 들고날 판인 때였지. 한 집안 일이니 딸들에겐 걱정이 없을 리 있겠나. ... 처음에는 놀라기도 한 눈치였으나 걱정 있을 때는 누그러지기도 쉬은 듯해서 이럭저럭 이야기가 되었네... 생각하면 무섭고도 기막힌 밤이었어.
Scene 2
흐려지는 눈을 까물까물하다가 허생원은 경망하게도 발을 빗딛었다. 앞으로 꼬꾸라지기가 바쁘게 몸채 풍덩 빠져버렸다. 허비적거릴수록 몸은 걷잡을 수 없어 동이가 소리를 치며 가까이 왔을 때에는 벌써 퍽으로 흘렀었다. 옷채 졸짝 젖으니 물에 젖은 개보다도 참혹한 꼴이었다. 동이는 물 속에서 어른을 햇갑게 업을 수 있었다. 젖었다고는 하여도 여윈 몸이라 장정 등에는 오히려 가벼웠다.
Scene 3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븟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이효석문학관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학길 7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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