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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와 산책

[춘천 실레책방] ‘책방주인이 없으면 편하게 놀다 가세요’

by 피터와 나무늘보 2022. 5. 15.

 

“길을 잘못 들었나…….”

다행이다. 이런 책방을 만나다니

 

 

이번으로 ‘책과인쇄 박물관’ 관람은 두 번째입니다.

첫 관람 때는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시간 가는 줄 몰랐지요.

이곳에는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데, 전시된 자료마다 피부에 와닿아 눈과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박물관은 카페를 겸하고 있어 커피를 마시려 했으나 식후 커피 여운이 남아 그만둡니다.

관람을 마치고, 들어올 때와는 달리 순환대로를 타지 않고 김유정문학촌을 거쳐 내려갈 생각입니다.

모처럼 문학청년 기분을 내려는 호기도 작용했고요.

 

책과인쇄 박물관 아래 있는 문학촌민박을 끼고 내려갑니다. 나중에 확인하니 실레길입니다.

교행이 어려울 정도로 좁은 도로라 “이거 주민들에게 단단히 실례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라며 미소 짓습니다.

 

실레길과 김유정로는 이어져 있습니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천천히 주변을 구경합니다.

몇 번 와봤던 곳이라 어렵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독립서점’이 근처에 있다고 하십니다.

낚시꾼이 물 냄새를 맡듯 책방은 어렵지 않게 찾았습니다.

 

주말농장? 전원주택? 첫 인상부터 아담하고 따듯합니다.

 

예상을 벗어난 건, 여느 서점과 달리 ‘실레책방’에는 무언가 '묘한 게 있다'는 것을 감지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책방 입구에 있는 새집과 작은 책장의 조합은 솟대를 연상케 합니다.

 

솟대를 연상시키는 작은 책장과 새집의 조합

 

별채인 문화사랑방 지붕에 있는 피노키오가 주인 대신 손님을 맞습니다.

 

 

책방에 들어가기 전, 눈길을 끈 것은 앞마당 풍경.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작은 정원은 마치 시골 외갓집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철제 흰색 자전거는 시그니처가 됩니다.

 

눈길을 끈 철제 흰색 자전거

‘10am 열었음 6pm’

‘풍금이 있는 책방’

‘무료! 필요한 것은 가져가세요’

 

주인은 없었습니다.

책방에 들어서니 풍금이 먼저 반깁니다. ‘풍금이 있는 책방’,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무료! 필요한 것은 가져가세요’라는 메모도 보입니다. 메모지 아래에는 실레마을 걷는 길, 신문, 여행안내서 등이 있습니다.

책방은 독립서적·신간, 중고서적, 아트굿즈, 공간 대여로 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툇마루 같은 독서실(아니 휴게실인가)이 마음에 듭니다. 동심으로 돌아가 동화 읽기에 좋을 듯합니다.

 

 

잠깐 벗어나서; 여기서 운보를 만나다니

 

‘운보(雲甫)’를 만났습니다. 운보 김기창(1913~2001)은 일제강점기부터 현대까지 활동한 한국화가로 전통 회화와 현대미술을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른 얘기는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하죠.   

 

‘책방 주인이 없으면 편하게 놀다 가세요’

동네 사랑방이 이와 같을까요. ‘누구든 편히 놀다 가라’는 게 재밌습니다.

이른바 무인판매 시대에 동참하는 건가요.

필요한 책은 계좌이체하고, 혹시 궁금한 게 있으면 전화하라며 전화번호까지 친절하게 써두었습니다.

 

 

주인이 없어도 '책방'은 언제나 따듯해

참 좋습니다.

주인이 없어도 온기가 느껴지며 편안해집니다.

이런저런 얘기는 그만하고 느낌을 되새김하니 끊임없네요.

 

풍금과 피노키오, 아늑하고 편안함, 여고생의 깜찍함, 다락방 동화,

싱그러운 화장대, 누구나 좋아하는 아기자기함, 시골 외갓집, 행복함, 그리운 커피향…

 

 

예측 가능한 것은 아무래도 재미가 덜합니다. 오늘은 예측불가! 해서 재밌고 행복했습니다.

주인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실레책방’을 아끼고 귀하게 하는 것이겠죠.

구경하는 동안 손님이 세 팀이나 방문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합니다.

 

실레책방

춘천시 신동면 금병의숙1길 19

김유정역 근처 033-262-1508

오전 10시~오후 6시 오픈 (화, 수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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