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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와 산책

[춘천 서면 카페거리] “카페거리에는 무엇이 있나요?”

by 피터와 나무늘보 2022. 5. 15.

석유버너와 코펠, 쌀과 고추장 등 간단한 부식이 전부였던 시절

“원두커피가 뭐지?” 고급 카페와 커피맛은 몰랐어도 행복했다


 

서울내기 7, 80년대 청춘들의 핫플레이스는 대부분 경춘선에 몰려 있었습니다. 청량리에서 경춘선 열차에 오르면 가장 많이 내리는 곳이 대성리와 강촌이었고, 청평유원지는 가족 단위 나들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청춘들의 손엔 야전(야외전축)과 간단한 캠핑장비, 즉 폴대가 달랑 2개만 있는 미군 A형 텐트, 석유버너와 코펠, 쌀과 고추장 등 간단한 부식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일행 중 꼭 한 사람은 통기타를 가져와 여행 내내 흥을 돋웠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 경춘선 열차는 젊은이들의 밝고 순수한 패기와 꿈과 희망이 가득했습니다. 그 시절의 낭만여행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면서도 그리워지는 것은 세월 탓이겠지요.

 

 

강원도 춘천 서면으로 갑니다.

서면에는 상중도, 하중도, 붕어섬을 품고 있는 의암호가 있습니다.

댐의 서쪽이 서면이며, 구불구불한 국도를 따라가면 도로변에 카페들이 나타납니다.

‘서면 카페거리’입니다. ‘커피가 거기서 거기’라는 부류인지라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그저 시간 여유가 생겨 심심파적 드라이브를 나선 길입니다.

 

 

서울에서 출발한 것이 아닙니다.

해서 공지천에서 의암댐으로 가려면 의암피암터널을 지나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구간에 애착이 많습니다. 어릴 때부터 춘천에 오려면 늘 이곳을 거쳐야 했으니까요.

지금도 서울 양양간 고속도로보다 경춘 국도를 이용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속도제한이나 자주 등장하는 신호등이 거슬릴 때도 있지만 인간적이라는 느낌에 끌려 급한 일이 아니라면 국도를 이용합니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지 않아 좋은 점도 있지요.

 

 

북한강을 막은 댐이 보입니다.

이곳에서는 특히 조심 운전해야 합니다. 자전거 라이더들과 겹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암댐 전경을 담고 싶어서 댐에서 우회전하지 않고 의암 수력발전소로 직진했습니다.

조금만 내려가면 의암댐을 촬영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이 있습니다.

 

발전시간이 아니라서 강물은 바닥을 보이며, 가마우지 떼가 바위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철새인 가마우지는 기후온난화로 인해 텃새로 정착했다고 합니다.

우려되는 것은 녀석들의 먹성이 워낙 심해 하천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요즘은 도움 되는 녀석들이 없어서... 

 

 

댐 아래로 의암교가 지나는데 그 아래는 팔미천과 합류지점입니다.

이 부근은 노지캠핑장이 있어서 견지낚시를 즐기는 분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팔미천 하류로 몇 번 피라미낚시를 갔지만 번번이 허탕이었습니다.

올해는 견지낚시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멀리 보이는 의암교 좌측 아래는 견지낚시 포인트이자 캠핑장입니다.

 

드디어 의암댐을 건너 서면으로 향합니다.

이름처럼 의암호를 기준으로 서쪽에 있는 지명이 서면이고 도로명은 ‘박사로’입니다.

박사가 많이 나와서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진입 후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삼악산 가는 길, 북한강 보행자길’ 안내판입니다.

차도를 따라 자전거길도 이어집니다. 곧이어 ‘삼악산’ 안내판이 나타나고, 첫 음식점인 ‘소문난 횟집’이 등장합니다.

 

 

소문난 횟집에 이어 화덕피자를 낸다는 ‘피자래빗’과 '별카페'가 보입니다.

 

 

곧이어 덕두원교가 나옵니다. 정겨운 이름 덕두원리는 좌측으로 진입하지만 그대로 진행하면 화천 가는 길입니다. 

 

 

‘U’자 형태로 굴곡진 이곳은 오래전 월척좌대낚시터가 있던 곳입니다.

지금도 붕어 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것 같습니다.

 

 

춘천삼악산 호수케이블카가 하늘을 수놓고 있습니다.

저걸 한 번 타야 하는데…….

 

 

'카페455'를 거쳐 강변에 있는 관세음보살상을 지납니다.

덕두원피암터널을 나와 '강변의추억 펜션' 옆 공터에 잠시 주차합니다.

 

 

이 펜션은 건물 외벽이 철골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실제 운영은 되는지 궁금했던 곳입니다.

역시 오늘도 인적이 없습니다.

 

 

펜션 옆 강변에는 춘천 카누체험장이 있습니다.

 

점심; 장고 끝에 악수?

 

길 건너편에 ‘메밀꽃’라는 카페 겸 식당이 보입니다.

화덕피자가 먹고 싶었으나 그냥 지나쳤고, 시장할 때는 보이는 음식마다 먹고 싶기 마련, 무작정 들어갑니다.

 

화창한 날씨와 달리 여가수의 발라드가 우울하게 들리는 건 기분 탓일까요?

실내 분위기는 90년대 풍입니다. 천장을 보니 한옥처럼 1998년 상량을 했네요.

주방에 사람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주인장 혼자 다 하시더군요.

일단 얼음물이 나오고, 이어 빵과 수프가 나옵니다.

그 사이 손님이 두 팀 들어오고, 드디어 돈가스(1만 5천 원)가 나옵니다.

 

 

한 입 먹고 나니 ‘장고 끝에 악수’라는 바둑 격언이 떠오릅니다.

 

 

창가에는 화장실에 있어야 할 두루마리 화장지가 떡 하니 자리하고 있습니다.

습관처럼 돈가스를 클리어합니다. 중간에 주인장이 와서 “김치를 내야 하는데 바빠서…”라며 말꼬리를 흐리며 지나갑니다. 그리곤 다른 손님맞이에 분주합니다. 정말 바쁜 것 같습니다. 차라리 ‘김치’ 얘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덜 아쉬웠을 텐데

아무튼 시장이 반찬인 건 틀림없습니다.

 

서면 카페거리

 

드디어 ‘서면 카페거리’가 나타납니다. 첫 번째 카페는 ‘어반그린’입니다. 몇 번 왔던 곳입니다.

카페 뒤로 내려가 의암호를 마주하는 즐거움이 있는 곳입니다.

 

 

바로 옆에는 ‘EDIYA COFFEE’가 있습니다.

이곳은 약 한 달 전 커피와 케이크를 먹었던 곳입니다.

 

 

한 뼘 건너 ‘CAFE CARPE’가 있습니다.

카페 이름을 보니 문득 카르페 디엠(Carpe Diem, 지금 즐겨라)이 생각나네요.

그리고 끝입니다. 물론 더 가다보면 간간이 카페가 나오겠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카페와는 조금 다를 것입니다.

 

 

카페거리를 벗어나니 춘천박사마을 어린이 글램핑장이 나옵니다.

 

 

그리고 우측으로 잔디밭이 길게 이어지는데, 게이트볼 필드입니다.

 

 

아, 하얀색 건물이 나타나는데 ‘서면카페’입니다.

 

 

조금 더 가니 좌측에 ‘7COFFEE’가 보입니다.

 

 

경사진 도로를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니 좌측에 강원애니고등학교 정문입니다.

 

서면 카페거리 탐방은 이 정도에 마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수박 겉핥기 탐방일 테지만 ‘카페거리가 맞나’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오늘처럼 챙겨보지 않았더라면 막연히 '아, 그곳엔 카페가 많지'라고 했겠죠.

물론 다른 도로 구간에 비해 그 수는 많겠지만 미사리 카페촌 경험이 있어서일까요.

욕심을 내봤습니다.

 

맛집은 '다른 게' 있다

 

돌아오는 길,

‘박사마을 곰핫도그’는 여전히 손님들로 붐빕니다.

겉만 보고 한두 번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맛’이 중요합니다.

시골 한적한 곳에 있는 이름 없는 음식점이 단골로 붐비는 이유입니다.

 

홍천의 보리밥집이 생각납니다.

예약을 안 받아주는 것이 아쉽지만 기회가 되면 무조건 가고픈 곳입니다.

 

 

한여름처럼 무덥네요.

곳곳에서 아카시아 꽃향기가 싱그럽습니다.

참 좋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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