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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와 산책

[책과인쇄 박물관] 활판(活版), 그 아련한 추억에 대하여…

by 피터와 나무늘보 2022. 5. 16.

 


‘활판’은 직접인쇄로 종이에서 활자의 질감 느껴

읽는 깊이 더해주는 그 시절의 활판인쇄 그리워


 

“그거 신문에 나왔어!”

아이들끼리 의견충돌로 싸우다가도 한 마디면 끝나는 것이 바로 “신문에 나왔어!”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신문’이라는 신뢰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설령 신문을 보지 않았더라도 ‘신문에서 봤다’고 하면 상대방은 대부분 입을 닫았습니다.

 

 

우리끼리 하는 얘기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정확하고 믿을만한 신문은 무엇일까요?

바로 답하면 재미없으니 답은 아래 본문에 담았습니다.

 

아무튼 ‘신뢰’의 상징이던 신문은 주조된 활자를 사용하는 활판인쇄 방식으로 발행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활자를 하나하나 뽑아서(문선) 편집(조판 또는 식자)과 인쇄(직접인쇄 방식)하는 힘든 과정을 어떻게 거쳤는지 지금도 놀랄 뿐입니다.

어디 신문과 책뿐이겠습니까. 당시 인쇄물은 모두 ‘활판’이라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정기간행물이 아니어도 어린 시절 공부했던 모든 교과서와 소설책, 전문서적 등 읽기 위한 책은 모두 활판인쇄였습니다. 그러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간접 인쇄 방식이 등장했습니다. 찍어서 인쇄하는 것이 아니라 묻히는(바르는) 인쇄방식이 나타난 것입니다. 당시 인쇄계는 이런 대변혁에 놀랐지만 곧 익숙하게 적응, 발전을 거듭합니다.

 

 

자, 여기까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앞의 문제에 대한 답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정확한 신문은 스포츠신문입니다. 적어도 경기 결과를 속이지는 않으니까요.

 

 

‘책과인쇄박물관’의 키워드는 ‘활판’

 

‘책과인쇄박물관’은 책이 어떻게 인쇄되는지 그 과정을 배우는 박물관입니다.

그러니까 관람하실 때 너무 진지하거나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거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귀하가 접하는 책이나 신문이 오래전에는 이렇게 인쇄됐어요~’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음은 ‘책과인쇄박물관’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참고했습니다.

1F

인쇄 전시실 소개

박물관 1층에 위치한 인쇄 전시실에는 『광인사인쇄공소』를 재현해 놓아 잉크 냄새와 납 녹이는 냄새와 함께 지난 130여 년의 활판 인쇄 역사의 향기를 함께 맡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주요 전시 품목으로는 활자의 어머니인 자모가 한글, 한자, 영문으로 그리고 서체별, 호수별로 수만 자가 상자에 담겨 보관되고 있으며, 납을 녹여 활자를 찍어내던 주조기를 비롯해 활판인쇄기들이 크기별로 전시되어있습니다..

 

또한 당시에 생산된 오래된 납활자가 낡은 활자 케이스에 가득 담긴 채 수 백 장이 진열되어 있고, 판을 짤 수 있는 조판대도 그대로 있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활판 인쇄 체험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많은 인쇄기계와 자료들을 효율적으로 전시하면서도 옛날 그곳에서 오래전에 인쇄된 책들이 낡은 기계들과 함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광인사인쇄공소』의 활판인쇄 시설을 이용해 간행된 최초의 서적으로 알려진 『충효집주합벽』 『충효 집주 합벽』과 『농정신편』 원본도 책 모퉁이가 달아 헤어진 채로 전시해 당시의 인쇄시설과 책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오랜 전에는 관공서나 학교, 군부대에서도 사용한 등사기입니다. 흔히 '가리방'이라고도 했습니다.

 

가장 원시적인 인쇄 방식의 등사기로는 에디슨이 발명한 등사기와 복사기들이 10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바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그 이후 일제강점기에 사용하던 등사기도 볼 수 있습니다.

 

좌측에 있는 것은 그라비아 인쇄용 판이고 가운데는 수동 명함 인쇄기, 우측은 청타기입니다.

 

 

컴퓨터의 출현으로 인해 급변하는 인쇄 환경에서 수 십 년간 전통적인 방식으로 인쇄하던 수많은 종류의 인쇄기계들이 고철로 사라지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가까이는 1980~90년대에 사용하던 사진 식자기와 활자를 한 자 한 자 선택하여 타자하던 청타기, 자그마한 원통판이 달린 수동 명함 인쇄기들도 모두 사라졌고, 길게는 1960~70년대에 사용하던 등사기와 타자기들도 이제는 우리의 일상에서 볼 수 없어졌습니다.

 

드디어 간접 인쇄 방식이 등장합니다. 사진은 오프셋 인쇄기입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타자기, 청타기, 사진식자기 등은 그동안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인쇄기술을 여성에게 넘겨주기도 했으며,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인쇄의 결과물인 출판물도 남성적인 활판인쇄에서 부드럽고 정교한 오프셋 인쇄 시대로의 전환점이 되었던 상징적인 인쇄기계들이었습니다.

 

노랗게 보이는 게 지형입니다. 조판된 활자 위에 지형을 대고 누르면 조판된 모양이 그대로 옮겨지고, 그 지형에 납을 부어 인쇄용 연판을 만들어 사용합니다. 지형을 사용하면 거의 무한정 인쇄가 가능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1쇄니 2쇄니 하는 것은 여기서 비롯됩니다.

 

뒤늦게나마 책과 인쇄박물관에서는 수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뒤져 지금은 비록 사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동안 출판, 인쇄의 소중한 자료로 인쇄 발전 과정을 후대에 알리기 위해 오랜 기간 수집하여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목판. 사진과는 관계없지만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목판 인쇄물이 발견되었습니다. 751년 무렵에 간행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 목판 권자본(두루마리)이 그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인쇄술은 세계적으로도 으뜸입니다.

 

책 전시실 소개

2F 고서 전시실

박물관 2층에 위치한 고서 전시실에는 『훈민정음』을 비롯해 조선시대 어린이들이 서당에서 배웠던 『천자문』 『명심보감』 『소학』 등과 조선 선비들이 읽었던 『사서삼경』 외에 유교의 근본이 되는 충효사상을 강조한 『이륜행실도』 『삼강행실도』 『오륜행실도』 등이 전시되어있습니다. 또한 의학서적으로는 최초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의보감』 25권 전질과 『춘향전』 『홍길동전』 『삼국지』 등 다수의 고대소설도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채 전시되어 있습니다.

 

 

3F 근현대 책 전시실

박물관 3층 근현대 책 전시실에는 시집으로는 현재 극소수의 수량만 전해지고 있는 김소월의 『진달래 꽃』 1925년 초간본과 한용운의 『님의 침묵』 1926년 초간본이 있으며, 『정지용 시집』 『영랑 시집』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그리고 80부 한정판으로 발행된 오장환의 『헌사』와 박두진의 『해』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3인이 함께 발행한 『청록집』 외 다수의 시집이 모두 초간본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문학책으로는 최초의 근대 소설인 이광수의 『무정』 『흙』과 김유정의 『동백꽃』 심훈의 『상록수』 박태환의 『천변풍경』 김동인의 『황토기』 홍명희의 『임꺽정』과 이인직의 『귀의 성』 외에 동인지인 『금성』등과 수필집으로 잘 알려진 『무서록』 『근원수필』 등 근대 문학책이 작가 별로 전시되어 있으며 1954년도 정비석에 의해 발표되어 낙양의 지가를 올릴 정도로 화제를 일으키며 최초의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자유부인』과 7, 80년대 하류 문화의 상징으로 심지어는 도색잡지 취급을 받아 몰래 숨겨놓고 본 후엔 쉽게 버려졌던 『선데이 서울』 『주간 경향』 등 대중 잡지도 “나도 책이다!”라고 당당하게 뽐내고 있습니다.

 

'학원'은 1952년 11월 1일자로 창간된 중고등학생의 교양지로 휴간과 복간을 거쳐 1979년 9월호로 종간됩니다.

 

 

책과인쇄박물관 안내

2022년 10월까지 운영시간 :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월요일은 휴관)

체험은 전화예약에 한해 소규모 진행

주소 : 강원도 춘천시 풍류1길 156

※ 문의 및 안내 : (033)264-9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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