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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와 산책

[산책-토마토농장을 가다] ‘농활’의 즐거움을 느끼다

by 피터와 나무늘보 2022. 6. 27.

 


토마토 사러 갔다가 ‘농활’에 땀 흘리다

새참과 농주는 없었지만 상쾌한 행복 얻어와


 

점심 외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부근에 있는 토마토 농장으로 싱싱한 토마토를 사러 갑니다. 전에도 제철이면 농장에서 직접 사 온 바 있어 느긋하게 농장을 찾아갑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토마토는 끝물입니다. 귀찮긴 하지만 그전에 넉넉히 사다 놓고 토마토 주스도 만들고, 나머지는 캐닝(Canning)이라고 해서 통조림처럼 밀봉하여 보관하여 두고두고 먹을 심산입니다.

 

 

그런데 모처럼 찾아간 대로변에 있는 농장은 마치 관광객으로 착각한 듯 시중가보다 더 비싼 가격을 제시합니다. 싸게는 아니라도 적당한 가격이면 살 생각이었으나 터무니없는 가격에 더 이상 얘기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발길을 돌립니다. 큰 길가이고 농장에서 방금 따낸 싱싱함을 기대하고 찾아갔는데 실망입니다.

 

 

다른 곳으로 가기도 뭐해서 토마토는 며칠 뒤 5일장에서 살 생각으로 드라이브 삼아 돌아오는 길, 멀리 하우스단지가 보입니다. 호기심에 그곳으로 차를 몹니다. 곳곳에 비닐하우스가 있지만 정작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안으로 좀 더 들어가니 멀리 ‘춘천 장어마을’이 보입니다. 그 앞에 율문천이 흐르고 사랑2교 아래에는 몇 사람이 작은 텐트를 치고 장마철 막간의 무더위를 피하고 있습니다.

 

 

막다른 길이라 돌아 나오면서 비닐하우스 쪽으로 가니 토마토를 재배하는 하우스 몇 동이 보입니다. 토마토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에 도착하니 부부로 보이는 두 분이 열심히 토마토를 수확하고 계십니다. “혹시 토마토를 살 수 있냐?”라고 물었더니 가능하다고 하십니다. 이곳에는 일반 토마토 외에도 방울토마토, 흑토마토 등이 있습니다.

 

 

5Kg 한 박스만 부탁드렸더니 종이상자의 날개 높이까지 잔뜩 담아주십니다. 가격은 좀 전에 들렸던 곳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아마도 외진 곳까지 직접 찾아와 준 데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듯합니다. 여러 동이 연결된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수확할 토마토는 많은데 일손이 부족한 듯 보입니다.

 

 

지나는 말로 “잠깐 시간 내서 따드릴까요?”했더니 고마워하는 표정이면서도 겸연쩍어하십니다. 결국 토시와 목장갑을 받아 끼고 토마토 수확에 동참합니다. 비닐하우스라 그런지 습도 높은 열대지방에 온 듯합니다. 토마토는 하우스마다 다른 품종을 심은 것 같았습니다.

 

 

하우스 안은 시설이 잘 되어있어서 플라스틱 상자를 케이블에 올려 밀기만 하면 편리하게 이동이 가능했습니다. 출하에 적당한 완숙 전의 토마토만 선별하여 따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으나 곧 적응합니다. 예전 ‘농활’(농촌 봉사활동)에 나섰던 생각이 납니다.

 

 

한 발 한 발 나아가면서 꼼꼼하게 출하에 적합한 토마토만 선별하여 땁니다. 땀은 비 오듯 쏟아지며 등은 완전히 젖었습니다. 얼마 전 국제 축구경기에서 국대 선수들이 땀을 줄줄 흘리며 뛰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약속한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약 5상자를 수확했습니다. 이웃한 비닐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던 주인아주머니가 오시더니 깜짝 놀랍니다. 한두 상자도 쉽지 않았을 텐데 기대 이상이라는 겁니다. 더욱이 출하에 딱 맞는 것들만 선별해서 딴 것도 대단하다고 하십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온몸은 흠뻑 젖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흘린 땀이라 기분이 상쾌합니다.

 

 

토시와 장갑을 벗고 있는데, 주인장께선 고맙다며 필요한 만큼 토마토를 넉넉히 가져가길 원하십니다. 하지만 이미 사둔 토마토도 있고, 뭘 바라고 한 것도 아니고 해서 사양합니다. 마치 농활을 마치고 나오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합니다. 당시에는 새참에 농주까지 먹었지만, 이번엔 계량할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을 얻어왔습니다. 내년 토마토 수확철이 되면 다시 한번 ‘농활’을 떠나야겠지요? 동참하실 분은 연락 주세요~

 

 

사족

 ‘농활’을 한 곳은 강원도 춘천시 신북면 산천리에 있는 비닐하우스 단지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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