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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문화-창령사 터 오백나한] 나에게로 가는 길

by 피터와 나무늘보 2022. 7. 2.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오백나한’을 만나다

지친 몸과 마음을 오롯이 위안받는 공간


 

전날 비가 내려서인지 하늘은 티끌 하나 없이 맑고 파랗습니다. 평일 한낮의 국립춘천박물관은 한산해 보이지만 곳곳에서 관람객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린이박물관을 거쳐 본관으로 향합니다.

 

본관 브랜드실에서는 ‘창령사 터 오백나한’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나에게로 가는 길’을 주제로 열린 전시로 오백나한이 푸근한 미소로 반겨줍니다.

 

‘나한(羅漢)’은 ‘아라한(阿羅漢)’의 줄임말입니다. 산스크리트어 아르한(Arhat)을 한자로 음역하여 만들어진 말이며 깨달음을 얻은 성자를 일컫습니다. ‘오백나한’은 부처 입멸 뒤 그의 말씀을 경전으로 편찬하기 위해 모인 500명의 제자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깨달음을 얻기는 했으나 그들 스스로 열반에 이르지 않고 중생들을 가르치고 구하기 위해 인간 세상에 머물렀습니다.

 

나에게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에 맞게 관람객들은 나한상을 고요히 마주할 수 있는 공간에서 사유와 명상을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발굴된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 다양한 표정과 미소는 평생 살아오면서 만난 이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창령사 터는 강원도 영월군 남면 창원리 해발 400m 높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2001년 이곳에 사찰 신축불사 추진 중 화강암으로 만든 30cm 내외의 석불이 대거 쏟아져 나와 주목을 받았습니다.

 

발굴조사 결과, 고려 후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300여 기의 나한상이 출토됐으며, 창(蒼)’자와 ‘령(嶺)’자가 새겨진 기와가 발견돼 창령사 터 오백나한상의 일부로 확인됐습니다.

 

‘창령사 터 오백나한’은 한국-호주 수교 60주년을 기념하여 호주 파워하우스 뮤지엄에서 전시회(2021.12.2~5.15.)를 가졌다고 합니다. 근엄보다는 푸근한 모습의 ‘창령사 터 오백나한’은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상설 전시하고 있어 언제든지 만날 수 있습니다.

 

 

 

사족

평생 만난 이들의 표정이 그곳에 있었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반가웠습니다. 잘 아는 사람들의 표정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시장은 암실처럼 어두웠지만 천천히 둘러보니 놀랍게도 나한의 표정마다 아는 사람들입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사유와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 그곳엔 우리가 있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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