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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문화-안녕, 모란] 꽃 중의 왕 모란, 부귀와 풍요를 빌다

by 피터와 나무늘보 2022. 7. 2.

안녕, 모란


 

올여름 이만한 피서지가 없습니다. 국립춘천박물관 본관에 들어서자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과 함께 홀 한복판에 설치된 초대형 LED 스크린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장관입니다.

 

그러나 본관의 ‘안녕, 모란’은 세 개의 파트 중 세 번째로, 어린이박물관에 있는 전시장부터 봐야 합니다. 본관에서 나와 어린이박물관으로 향합니다.

 

 

안녕, 모란

그렇습니다. 여기서부터 ‘안녕, 모란’은 시작됩니다. 전시장 입구의 부녀 모습이 정겹습니다. 

 

전시장 입구는 천막으로 가려져 있고, 바닥에는 모란꽃이 예쁘게 피어있습니다. 이제 천막을 살짝 걷고 들어갑니다.

 

모란꽃이 화사하게 핀 대형 LED 스크린이 반깁니다. 이미 들어온 학생들이 보입니다.

 

이제 첫 파트인 ‘꽃 중의 왕, 이곳으로 전해지다’가 시작됩니다.

 

고려청자에 새겨진 모란당초무늬가 단아합니다.

 

병의 몸통에 모란과 갈대 무늬가 들어간 고려청자입니다.

 

모란무늬가 들어간 고려청자입니다.

 

 

중국 오대5대(10세기) 때 처음 나타난 모란무늬는 대표적인 길상무늬 중의 하나로 동아시아에서 널리 사용되었으며, 민간과 왕실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사랑받았다고 합니다. 모란무늬가 길상무늬로 자리 잡은 데에는 연꽃을 꽃 중의 군자로, 모란을 부귀한 자로 비유한 송대 주돈이(周敦頤, 1017~1073)가 저술한 ‘애련설(愛蓮說)’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모란무늬는 고려시대부터 성행하기 시작해 조선말, 대한제국까지 꾸준히 쓰였습니다. 조선 왕실에서 사용한 각종 의례·생활용품 등에도 모란무늬를 즐겨 장식하였습니다. 특히 행복한 삶에 대한 축원으로 가득한 혼례와 관련된 의복, 부채, 병풍 등 여러 물건에 모란은 주된 장식 무늬로 사용되었습니다.

 

19세기 이후 벽사(闢邪)와 기복(祈福)의 풍조가 강하게 나타나 다양한 길상무늬가 크게 유행하는 가운데 모란의 길상성 또한 더욱 강조되어, 각종 생활용품과 공예, 건축물 등의 장식에 그 어느 시기보다도 풍성하고 화려한 자태로 피어났습니다.

 

모란과 새 그림입니다. 언덕에 핀 난초와 바위, 모란 세 송이와 목련, 나뭇가지에 앉은 새를 그렸습니다. 사군자 중 하나인 난초와 모란이 함께 그려진 것은 모란을 군자의 벗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모란 그림들입니다. 

 

모란과 나비 그림입니다.

 

분청사기에 펼쳐진 모란

 

생활 도구마다 다양한 모양으로 모란이 들어가 있습니다. 

 

모란을 수놓은 보자기. 보자기는 민간과 궁중을 막론하고 살림살이에 꼭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보자기를 덮어 오염이나 충격을 방지하며 보기 싫은 것을 가려주기도 합니다.

 

혼례복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모녀. 이날은 가족 단위 관람객, 견학 온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전시된 혼례복은 조선시대 공주와 옹주가 입었던 예복입니다.

 

모란무늬 직물로 만든 의례용 머리띠. 금실로 모란무늬를 넣었습니다.

 

덕온공주 홍장삼 수본입니다. 수본은 한지에 콩기름을 먹이고 먹으로 자수 도안을 그린 것입니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일상생활 공간에도 모란이 함께했습니다.

 

 

 

모란무늬와 사신도 석관입니다. 석관 안쪽 벽에 모란무늬가 새겨져 있습니다.

 

모란은 조선 왕실의 권위와 위엄을 강조하는 도상으로 널리 활용되었습니다. 조선 궁궐의 장식 그림으로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만큼이나 많이 그려진 것이 바로 모란도(牧丹圖)였습니다. 특히 모란도 병풍은 왕실 조상을 섬기는 의례에 중요하게 사용되어 왕실과 나라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는 왕이 공식적으로 임어하는 장소에서 배경으로 설치되는 것으로 왕의 존재와 권위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그림입니다.

 

모란도 병풍은 혼인이나 잔치와 같은 왕실의 경사 때도 설치했으나 왕실 상장례의 주요 절차마다 쓰였다고 합니다. 특히 망자의 관 주위, 신주를 모신 교의 주위 등에 둘러쳤는데, 4폭과 8폭의 병풍을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모란도 병풍은 정형화된 형태의 화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매 폭마다 괴석 사이 혹은 흙 언덕 위로 자란 모란 꽃송이들을 가득 표현했습니다.

 

 

흉례(凶禮)는 고인이 된 국왕과 왕비를 왕실과 나라를 돌보는 조상신으로 모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흉례의 각 절차마다 고인의 시신이나 혼이 자리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모란도 병풍을 설치했습니다. 역대 국왕의 어진(御眞)을 모시고 제례를 지내는 진전(眞殿)의 어탑(御榻) 뒤에도 으레 모란도 병풍을 두도록 했습니다.

 

영조 어진. 수염이 희끗한 51세 때의 모습을 그린 반신상으로 익선관을 쓰고 홍룡포를 착용했습니다.

 

왕릉의 석물, 선원전(璿源殿) 같은 진전 건축, 왕실 사당 건축의 곳곳에 모란무늬를 조각해 장식했으며, 신주를 놓는 의자[교의 交倚], 부장품을 운반하는 가마[채여 彩轝], 신주를 운반하는 가마[신여 神轝] 등에서도 모란 장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 국립고궁박물관

 

 

며칠간 계속된 폭우에 지쳐 있다가 모처럼 박물관 나들이를 했습니다.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반갑습니다. 올여름 피서는 가족과 함께 박물관 나들이를 권하고 싶네요. 시원한 박물관에서 우리의 역사도 살펴보고, 초대형 LED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사계의 풍경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아, 국립춘천박물관은 입장료와 주차료 모두 무료입니다. 참 좋은 춘천입니다.

 

 

 

사족

진작 알았더라면...

‘안녕, 모란’ 전시회(2022.5.17.~7.17)가 있다는 걸 국립춘천박물관에 가서 알았습니다. 전시기간은 보름 정도가 남아있어 시간이 되는 분이라면 한 번쯤 둘러보시길 권합니다. 안녕, 오늘은 우리 모두에게 인사와 안부를 전합니다. 안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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