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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맛집

[나만의 맛집-홍익돈까스 춘천점] “도대체 이걸 어떻게 먹으라고?”

by 피터와 나무늘보 2022. 6. 1.

예의 갖춰 먹던 추억의 돈가스를 만나다 


 

혼자 점심 먹으러 다니는 게 쉽지 않습니다.

홀로 들어오는 손님을 반길 것 같지 않아 지레 미안한 마음이 드니까요.

이럴 때는 기사식당이 좋은데 주변에는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습니다.

그때 문득 생각난 것이 길 건너 ‘홍익돈까스’입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본디 가까운 곳에 있는 곳은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아, 그렇다고 처음 가는 집은 아닙니다. 이번이 두 번째고 지난번엔 혼자 간 게 아니었습니다.

그때는 따라나선 길이라 무얼 먹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아, 실내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고, 음식타령을 안 했다는 생각이 나네요.

 

(홍익돈가스 춘천점 홈피 사진)

중학생 때는 학교에서 양식을 예의 있게 먹는 법을 배웠습니다.

포크와 나이프는 어떻게 놓아야 하고, 라이스는 밥이란 것과 스푸부터 먹어야 한다는 등

격식을 갖춰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땐 그랬습니다.

1980년대 중반 친구네가 경양식집을 해서 자주 같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맛이 돈가스의 기본이 되었습니다.

 

 

입구 우측에 주 메뉴를 알리는 단정한 안내등이 눈길을 끕니다. 

 

 

홀에 들어서자 좌측 주방에서는 주문받은 음식을 내고자 분주합니다.

주방을 훤히 보여준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넘친다는 표현이겠지요.

 

 

메뉴판 제일 위에 있는 왕돈까스를 주문했습니다.

쟁반 돈가스도, 남산 돈가스도 먹어봤지만 이건 너무 큽니다.

 

 

돈가스계에 왕이 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실감합니다.

마치 장난치듯 커다랗게 나온 돈가스를 잠시 넋 놓고 바라만 봅니다.

 

 

일단 먹기 좋은 크기로 자릅니다.

역시 튀기는 정도가 중요합니다. 첫 느낌에 바삭함이 전해집니다.

고급스러운 빛깔의 소스는 첫 입맛에 살짝 짜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곧 적응합니다. 

 

 

더 이상은 먹을 수 없습니다.

밥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스푸와 국은 이미 바닥났습니다. 이제 남은 걸 어찌할꼬?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듯 셀프바(SELF BAR)에는 준비된 게 있습니다.

손님이 알아서 포장할 수 있도록 종이박스와 쿠킹포일, 비닐봉지가 있습니다.

 

 

결국 포장했습니다. 

 

 

나오는 길에 본 기름통? 크기가 어마어마합니다.

 

 

깔맞춤인가?

벽돌로 쌓은 외벽이 온통 돈가스 색깔로 보이는 것은 저만의 착각인가요.

 

한 끼 먹자고 들어간 ‘홍익돈까스’에서 맛있는 음식과 알바생의 친절함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어 남긴 음식까지 가지고 나옵니다.

넉넉하고 모던한 실내 인테리어처럼 제 마음도 풍요로워집니다.

 

 

 

홍익돈까스 춘천점

강원 춘천시 새롬공원길5번길 11

영업시간; 11:30~21:30

마지막 주문; 20:30

브레이크 타임; 14:30~16:30

전화 033-264-6585

 

 

사족

침묵은 대화의 안전지대인데 먹는 것에 관한 한 저는 가까운 이들을 귀찮게 합니다.

거북이가 아무도 몰래 모래사장에 수천 개의 알을 낳고 망망대해로 떠나듯 조용해야 하지만,

암탉이 알을 낳듯 온 동네를 시끄럽게 합니다. 제 얘깁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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