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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맛집

[나만의 맛집-원주 우리장터] 아들은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배운다

by 피터와 나무늘보 2022. 6. 5.

원주 중앙시장에는 ‘우리장터’가 있습니다

- 오랜만에 맛보는 한우모듬의 힘! -


 

오후 5시 약속을 조금 늦춰 약속장소로 갑니다. 오늘 갈 곳은 원주 중앙시장에 있는 ‘우리장터’인데, 처음 가보는 곳이지만 이미 여러 번 얘기를 들었기에 낯설지 않습니다.

 

유명세에 비해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술집 분위기의 ‘우리장터’. 하지만 경험상 이런 곳이 진정한 맛집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우만을 취급한다고 하는데 일단 들어갑니다.

   

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는군요. 미리 예약을 해두었기에 우리는 1층 안쪽에 자리를 잡습니다. 4인 1 테이블 입식인데, 전에는 좌식이었다고 하네요.

 

메뉴판입니다. 모를 땐 무조건 맨 위의 메뉴를 고르는 센스가 필요하죠. 그러나 우리는 이미 ‘모듬구이’만 먹기로 하고 온 것입니다. 사실 메뉴라야 모듬구이와 갈비살뿐입니다.

 

제법 큰 접시에 한우 모듬구이가 나왔습니다. 선홍빛 소고기가 한눈에 봐도 먹음직스럽습니다. 등심, 안심, 살치살, 갈비살, 차돌박이 등 특정 부위만 따로 먹다가 모듬으로 나온 것을 보니 흥미롭습니다. 아, 저 빛깔! 육회로 먹어도 될 듯한데... 

 

양념 그릇입니다. 아시겠지만, 쌈장, 소금장, 고추냉이장을 한 그릇에 담았습니다.

 

시원한 동치미가 나왔습니다. 짜지 않아 좋았습니다.

 

이번에 먹을 모듬구이 한 상을 자랑합니다.

 

숯불이 들어왔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숯불이 반갑습니다. 

 

파릇한 부추무침이 유혹하지만 저는 처음부터 소고기와 함께 먹지 않습니다. 자칫 소고기 특유의 맛을 가릴 것 같아 중후반전에 등장시킵니다. 

 

숯불에 석쇠가 얹히고, 이제 본격적으로 소고기를 구울 차례입니다.

 

모듬구이에 나온 소고기는 모양이 제각각입니다. 나중에 주방을 보니 모양보다는 크기만 비슷하게 자르는 것 같았습니다. 자연스러운 모양이 오히려 고기의 맛을 살리는 게 아닐까요. 

 

소고기는 약간 덜 익혀먹는 편입니다. 여기서 ‘육즙 가두기’ 따위의 얘긴 생략하겠습니다. 가두기 전에 이미 입안에 들어가 있으니까요. 사진의 상태라면 서둘러 술잔을 채워야 합니다. 

 

속전속결, 진도가 다소 빠릅니다. 잠시 한눈을 팔면 불꽃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술꾼들에게 ‘게으른 노옴 ’이라는 핀잔을 듣기도 합니다. 불 내지 말아야 합니다. 참고로 함께 자리한 어린 친구는 예비 소방관입니다.  

 

석쇠는 쉴 틈이 없습니다.  

 

제법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반이 남았습니다. 오랜만에 한우를 음미하면서 먹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먹었으니 이제 슬슬 부추무침을 부를 때입니다. 한우와 부추와의 만남을 시작합니다. 아, 참이슬은 진작부터 있었습니다. 

 

구워 먹기 아까울 정도로 빛깔이 좋습니다. 

 

스테인리스 종지에는 기름에 잘 익고 있는 마늘이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의 대미를 장식할 된장찌개가 나왔습니다. 내공이 들어있는 맛!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입안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훌륭한 맛입니다. 

 

공기밥을 조금 덜어서 담았습니다. 마무리는 역시 탄수화물입니다. 

 

한우를 반찬과 함께 먹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하여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등판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비빔밥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부추, 김치, 무생채무침, 그리고 화룡점정인 된장찌개를 넣고 비빕니다. 이건 무조건 맛있습니다.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넣지 않아도 정말 맛있습니다. 비빔밥을 끝으로 자리를 마칩니다. 

 

입구와 접한 주방은 개방되어 있는데 밖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깔끔합니다. 

 

주인장께선 또 다른 상차림을 위해 숯불을 준비하십니다. 자리가 빌 틈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이 처음이지만 어린 시절 아버님과 어르신들이 즐겨 찾으시던 선술집이 생각날 정도로 정감이 느껴집니다. 저 홀로 추억과 낭만에 빠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으나 가끔은 이 집이 생각날 것입니다.   

 

숯불이 끊이지 않고 준비되고 있습니다. 

 

원주 중앙시장 한편에 있는 우리장터. 한우 맛집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이번에 확인합니다.

 

 

 

한우 맛집 우리장터

원주 중앙시장 

영업시간 : 매일 12:00 - 22:30

일요일 휴무 넷째 주

 


사족

포방터시장의 추억

어린 시절, 밤이 깊어지면 어머님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제 그만 아버님을 모셔와야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걸음에 포방터시장 선술집에 달려가면 아버님과 동네 어르신들은 원통 술자리에 빙 둘러앉아 때론 호탕하게 때론 진지한 표정으로 술을 들고 계셨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라”던 아버님은 나를 당신의 무릎에 앉히시고 어르신들과 정치, 경제, 철학, 문학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늦은 시간까지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원주 중앙시장에 있는 ‘우리장터’에 들어서니 당시의 술자리 풍경이 아스라하게 떠오릅니다. 오늘 술자리에서 연장자는 저이지만 당시의 어린아이가 되어 추억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입니다. 이렇게 세월은 빠르게 흘러갑니다. 참고로, ‘포방터’는 일제강점기에 일본군들의 포사격 훈련장이라 붙여진 이름이며, 당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은 ‘문화촌’, 은평구는 ‘기자촌’이란 별칭으로 불리던 시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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