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일’이 아니라 ‘밭일’이라니까~
“밤일 두 번에 5천원 맞는 거죠?”
“밤일이 아니라니까!”
“아까 분명히 밤일이라고 하고선...”
“그런데 아직도 그게 돼?”
한바탕 폭소가 터집니다.
경매인이 하자가 있는 목장갑을 비닐봉지에 꽉꽉 담아 경매대 위에 올려놓고, 두 봉지에 5천 원이라는 파격가를 부릅니다. 하자가 있다고는 하나 작업용이나 농업용으로 손색이 없는 목장갑입니다.
나이가 지긋한 경매사가 ‘밭일’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 것을 손님은 ‘밤일’로 알아들은 것입니다. 그러니 ‘밤일 두 번에 5천 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 것입니다. 경매장 안은 자지러집니다.
저는 경매장을 처음 가봤습니다. 일부러 간 것도 아니고 춘천에서 국도를 타고 홍천 가는 길에 ‘경매장’이란 간판을 스치듯 몇 번 봤지만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일요일만 되면 경매장 주변에 차량들이 붐벼 궁금하긴 했습니다. 오늘은 꼭 봐야겠다며 경매장 옆 마당에 주차했습니다. 의외로 주차공간은 넓습니다.
경매장 입구, 그러니까 도로와 접한 곳에는 우주소년 아톰과 전설적인 영화배우 제임스 딘 동상, 마징가 제트 등이 진열되어 있고, 천막 안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볼거리가 넘칩니다. 경매는 천막 안에서 진행됩니다. 전에는 식당이었다고 하는데 규모가 상당합니다.
경매에 나온 것은 주로 생활용품이나 공예품, 골동품 등 다양합니다. 이날 제가 본 경매에서 최저가는 5천 원짜리부터 시작되었고, 2만 원 이상 되는 것은 없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 중에는 “3만 원이 넘으면 고가품이자 사치”라며 웃습니다. 경매를 즐기는 것이 분명합니다.
스포츠용품, 가구, 식기 등은 기본이고,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보지 못한 물건들이 등장합니다.
아무튼 이날 1인용 즉석 텐트는 5천 원, 2인용 텐트는 1만 원, 4인용 식탁은 2만 원, 앞서 소개한 목장갑 두 봉지는 5천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나머지는... 생활용품 외에도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의외로 많은데, 특히 카페나 전원주택에 어울리는 공예품입니다.
경매장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밌습니다.
필요한 물건이 나오면 경매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죠.
소소한 행복이 경매장 안에 가득한 날입니다.
주소;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영서로 1101 까치엔틱&민속품경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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