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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맛집

[연탄불 돼지갈비] 춘천에서 마포 공덕동 ‘최대포집’의 향수를 만나다

by 피터와 나무늘보 2022. 5. 8.

추억과 낭만 가득한 연탄불 돼지갈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연탄불 돼지갈비

 

오래전, 그러니까 30~40년 전 서울 샐러리맨들에게 무교동은 낙지, 청진동은 해장국, 오장동은 냉면, 그리고 공덕동에는 연탄불 돼지갈비구이로 유명한 최대포집이 성지에 다름없는 맛집이었습니다.

 

이에 질세라 충무로는 노가리와 골뱅이 소면이 최고의 맥주 안주였고, 인쇄골목과 접한 을지로는 닭한마리가 퇴근길 직장인들의 애환을 달래주었습니다.

 

그 시절, 마포 최대포집의 밤 풍경은 우리네 삶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는 인간미 넘치는 공간이었습니다. 퇴근 시간이 지나면 공덕동5거리는 최대포집을 찾는 사람들로 붐볐고 주차장은 시장통처럼 혼잡했습니다.

 

최대포집의 대형 천막 안은 흙바닥이었는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밟고 밟아 아스팔트처럼 검게 변했고, 연탄불에 지글지글 구워지는 돼지갈비에서 올라오는 자욱한 연기는 낭만처럼 피어올랐습니다. 백열등 아래의 풍경이 잊히지 않습니다.

 

돼지갈비를 구워주는 아주머니들은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가위로 싹둑싹둑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었습니다. 한번은 일본에서 온 지인과 함께한 적이 있는데, 그는 가위로 돼지고기를 자르는 모습에 기겁했습니다. 백열등 아래 추억이, 사랑이 가득한 풍경이었습니다.

 

옛 추억을 춘천에서 만나다

 

동네 길가 언덕에 있는 마포돼지갈비집. 단골들만 찾아 늘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춘천 하면 닭갈비라지만 즐겨먹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닭 숯불구이는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구워 먹는 것을 좋아하는 탓이지요. 그러다 춘천에서 만난 것이 연탄불 돼지갈비입니다. 옛 추억 가득한 낭만을 춘천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옛 사진들이 오늘은 유독 눈길이 갑니다.

 

개업한 지 20년이 넘었다는 강원도 춘천 퇴계동의 마포 돼지갈비집, 안으로 들어가면 세월의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화력 좋은 연탄불부터 만나게 됩니다. 서민들의 애환을 열정으로 바꾼 듯 활활 타오르는 연탄불이 반갑습니다. 벽에는 2007KBS에 맛집으로 소개한 빛바랜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기름기 있는 부분으로 주세요~”

 

돼지갈비는 기름기가 있어야 제맛!

 

돼지갈비를 주문할 때마다 주인장에게 건네는 부탁입니다. 식성에 따라 기름기가 들어간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기름기가 적당히 들어간 돼지고기를 좋아합니다. 주문하면 간단한 상차림을 해줍니다.

 

꼭 필요한 것만 있는 상차림

 

드디어 돼지갈비 2인분이 나왔습니다. 한눈에 봐도 먹음직스러운 정통 돼지갈비입니다. 살코기와 기름기가 잘 어우러져 부드러운 식감이 그만입니다. 석쇠 위에 돼지갈비 적당량은 올립니다.

 

갈비뼈는 화력에 직접 닿지 않게 천천히 익혀야 합니다.

 

요즘은 1인분에 갈비뼈 한 개가 나오는 것이 기본입니다. 갈비뼈는 화력에 직접 닿지 않게 천천히 익혀야 하므로 남은 갈비뼈도 미리 석쇠에 올립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귀찮더라도 고기는 일정량을 꾸준히 굽는 게 요령입니다 .

 

고기는 익자마자 먹어야 맛있습니다. 해서 귀찮더라도 일정량을 꾸준히 굽는 게 요령입니다. 또 고기가 완전히 익기 전에 가위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면 절단면에 막이 생겨 육즙을 가두는 효과가 있습니다.

 

쌈 싸 먹으면 비만 걱정을 덜 수 있습니다.

 

드디어 잘 구워진 돼지갈비를 맛봅니다. 살코기와 기름기가 어울려 돼지갈비 특유의 식감이 달콤하게 전해집니다. 거의 익은 돼지갈비는 석쇠 가장자리로 옮기고 일정량의 돼지갈비를 올립니다. 이렇게 하면 자리를 마칠 때까지 익자마자 먹는 셈이라 첫맛을 그대로 유지하게 됩니다.

 

상추 뒷면으로 쌈을 싸면 앞면보다 더 부드럽게 먹을 수 있습니다.

 

고기를 구워 먹을 때는 상추와 깻잎이 친구처럼 따라옵니다. 저는 고기를 싸먹을 때 상추잎을 뒤집어서, 그러니까 뒷면에 고기를 올립니다. 이렇게 하면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뒷면의 이물질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노지재배가 많아 비가 오면 상추 뒷면에 흙이 묻거나 진딧물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요즘은 대부분 하우스재배를 하기에 보기도 좋고 깨끗합니다.

 

둘째, 부드러운 식감입니다. 상추잎 뒷면에 고기를 올려 먹으면 앞면보다 훨씬 부드럽습니다. 이는 깻잎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갈비!

 

갈비가 잘 구워졌습니다. ‘고갈비라고 불리는 자반고등어 등뼈에 붙은 살은 특히 맛있습니다. 그러니 돼지갈비야 어떻겠습니까. 무조건 맛있습니다. 제대로 된 갈비는 마디 끝부분에 살이 뭉쳐있습니다. 마디 끝부분에 화력이 더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진처럼 굽는 게 좋습니다.

 

갈비뼈 끝부분에는 살이 많아 그 부분만 더 구워야 합니다.

 

술을 마실 때는 반드시 밥을 먹기에 공기밥을 주문했습니다. 이 집은 흰쌀밥이 아니라 흑미쌀이 나옵니다. 밥 위에 돼지갈비와 파절임, 참 맛있습니다. 이 순간, 행복이 가득합니다.

 

밥 위에 돼지갈비와 파절임, 참 맛있습니다 .

 

돼지갈비 2인분을 가지고 씨름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기름기 가득한 돼지고기입니다. 한국인에게 마늘은 필수입니다. 마늘을 찍어먹을 이 집의 장맛은 독특합니다. 분명 호불호가 갈립니다. 공장된장에 익숙한 분이라면 맛이 왜 이래라는 말이 나올 만합니다. 장독대 맛이기 때문입니다.

 

이 집 장은 호불호가 갈릴 정도로 깊은 맛이 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집의 장맛을 좋아합니다. 달착지근하고 가벼운 공장 맛과 달리 깊은 맛이 나기 때문입니다. 달달한 맛과는 거리가 먼 우직한 맛, 그 안에 고향의 맛이 숨어있습니다.

 

마늘이 먹음직스럽게 익어갑니다.

 

기름기 잔뜩 머금은 돼지갈비, 궁극의 맛에 들어섭니다. 여기에 기름에 익힌 마늘이 한몫 거듭니다. 기름에 익힌 마늘을 석쇠 위에 올려 굽는 내공도 발휘됩니다. 맛에 맛을 더하는 것처럼, 색다른 맛을 즐깁니다.

 

기름에 익힌 마늘을 꺼내 연탄불에 굽습니다.

 

된장소면이 서비스로 나옵니다. 약간 짜다는 느낌이 들지만 국물이 아닌 면만 건져 먹으면 된장 특유의 맛이 면의 변신을 돕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된장소면은 밥을 비벼 먹기에 알맞습니다. 국물을 좀 더 즐기고 싶다면 물을 더하면 됩니다. 쉽죠. , 바지락이 들어가 깊고 시원합니다.

 

된장소면은 약간 짜기에 면만 건져 먹고, 물을 부어 국처럼 되면 밥을 말아먹어도 됩니다.

 

장독대 된장맛과 바지락의 만남

 

그 시절, 마포 공덕동 최대포집을 떠올리며 춘천에서 연탄불 돼지갈비집을 찾았습니다.

옛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납니다.

돼지갈비 2인분(28,000), 공기밥(1,000), 소주 한 병(4,000)의 즐거움은 3만2천 원이었습니다.

참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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