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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맛집

[나만의 맛집-속초 사돈집] 그땐 못 갔지, 이제와 생각하니...

by 피터와 나무늘보 2022. 6. 21.

 


사돈집 가자미조림, 참이슬과의 궁합을 따져보니

이모집에서 퇴짜 맞고, 사돈집엔 사돈이 없네...


 

한동안 곰치국에 빠져 하루가 멀다 하고 곰치국만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춘천 스무숲 먹자거리에서 곰치집을 찾아내곤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나중에는 춘천 풍물시장에서 곰치(미거지)를 직접 사다 만들어 먹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그때 남김 곰치 일부는 냉동고에 얼려두었는데 지금은 손도 가지 않습니다.

 

해서 결정한 것이 이모네집에 가서 생선찜이나 먹자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도착했음에도 자리가 없음은 물론 재료까지 소진되었다고 하네요.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 나오다 만난 것이 예전에 불발에 그친 사돈집입니다.  

 

사돈집은 물곰탕(‘물곰탕’은 맑은 탕이고 ‘곰치국’은 매운탕)이 유명하지만 오늘은 가자미조림을 먹을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이 집은 일 년 전 지인들과 물곰탕을 먹고자 찾아왔으나 풍랑주의보로 어선이 나가지 않아 그날은 휴업했다고 해서 길 건너편에서 생선찜과 튀김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생선찜을 먹었던 동해물곰탕집입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 집 음식이 깔끔하고 참 담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궂은날에 들어가 오붓하게 식사를 즐겨서였을까요.  

 

다시 사돈집 얘기로 이어갑니다. 칠판에 메뉴와 가격표가 있습니다. 요즘은 물가가 올라 물곰탕 한 그릇에 2만 원이라는 게 놀랍지 않습니다. 저는 가자미조림 작은 것(2만 7천 원)을 먹을 것입니다.

 

여기서도 일단 대기명단을 작성해야 합니다. 

 

대기자 명단이 빼곡합니다. 이렇게 기다렸다 먹으니 음식에 대한 애정이 더 생기는지도 모르죠.

 

벽에 신동엽과 성시경의 사진이 있네요. ‘오늘은 뭐먹지’라는 프로그램을 이곳에서도 촬영했던 모양입니다. 

 

상차림입니다. 감자조림, 김치, 삼치조림, 오이무침, 멸치볶음입니다. 그런데 고등어처럼 보인 삼치는 너무 작은 녀석이라 제맛이 나지 않습니다. 차라리 상에 올리지 않았더라면... 옆자리에 있는 노부부께서도 그건 드시지 않네요. 

 

가자미조림이 나왔습니다. 1차로 한 번 끓였기 때문에 잠깐만 더 조린 후 먹으면 됩니다.

 

접시에 가자미 한 마리를 옮겨담아 먹어봅니다. 매운맛보다 짠맛이 앞섭니다. 가자미 특유의 맛은 단맛에 가려서...

 

또 한 마리를 덜어서...

 

가자미조림에 있는 무와 감자 맛을 봅니다. 무는 살짝 질긴맛이 나고, 무 대가리 부분이 있었는데 무말랭이처럼 수분이 일부 빠진 상태에서 넣었는지 역시 질기고 정상적인 식감이 나지 않습니다. 좋은 재료가 아니라는 생각이 스칩니다. 감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딱 한 조각이 있었습니다. 옆자리 손님이 “감자를 더 달라”는 얘기가 들리고 이어 “재료가 소진됐다”라고 하네요. 감자가 소진되었다니... 문득 음식을 먹는 게 아닌 ‘명성’을 먹으러 온 건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 빠집니다. 

 

밥에 가자미와 무를 올려 참이슬의 친구로 삼습니다.

 

남은 밥을 조림국물에 비볐으나 실수였습니다... 짠맛을 단맛으로 감춘 듯합니다. 

 

어찌됐든 식사를 마쳤습니다. 그동안 ‘나만의 맛집’에서 이처럼 반찬을 남긴 적은 없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음식을 만들어도 모든 손님을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해서 일관성을 유지하여 그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맛집’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날 오후 내내 제 몸은 가자미조림의 영향을 받았음을 밝힙니다.    

 

 

 

사돈집

강원도 속초시 영랑동 133

033-633-0915

 

 

사족

곰치국인가, 물메기탕인가

곰치와 물메기는 모두 꼼치류이고, 못 생긴 것도 닮았습니다. 강원도에서는 곰치, 물곰, 물텀벙이라고 불리지만 본명은 ‘미거지’입니다. 그러나 전국 바다에서 모두 볼 수 있는 물메기는 바로 ‘꼼치’입니다. 그렇지만 어민과 바닷가 식당에서는 익숙한 이름인 ‘곰치’를 쓰고 있습니다. 미거지(곰치)는 동해안에서만 사는 어종입니다. 이것을 맑게 끓이면 물메기탕과 비슷하지만, 강원도에서는 어딜 가나 묵은지를 넣어 뻘건 국을 상에 올려 얼큰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이거 해장에 아주 좋습니다~ 경남에서는 물메기탕이 유명한데, 물메기는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잡힙니다. 맑은 국물의 탕이 특징으로 개운한 맛이 납니다. 그러고 보니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먹던 맑은 대구탕(흔히 대구 지리탕)이 생각나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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