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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대사-영화와 드라마

[영화-아들에게 권하는 인생 영화(6)] 피아니스트

by 피터와 나무늘보 2022. 6. 23.

피아니스트

The Pianist, Le Pianiste, 2002


 

폴란드 태생의 유대인 피아니스트 브와디스와프 슈필만(Władysław Szpilman)의 저서를 바탕으로 한 로만 폴란스키의 제2차 세계대전, 홀로코스트 영화입니다. 폴란드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유대인 가족이 나치의 침공에 의해 해체되는 모습을 그렸는데, 영화는 2002년 제75회 아카데미 감독상, 남우주연상 그리고 각색상을, 2002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습니다.

 

영국과 독일, 폴란드,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합작한 작품입니다. 폴란드인과 유대인 배역은 영국, 폴란드, 미국 출신 배우들이 나눠서 맡았고, 작품에서는 영어를 쓰지만 독일군 배역은 독일어를 쓰는 독일 배우들이 맡아 독일어로 연기해 몰입감을 높였습니다.

 

영혼을 움직이는 선율, 전 세계를 울린 감동 실화극

 

 

연주 중 방송국 포격당하다

작품은 폴란드의 피아니스트 블라덱 슈필만이 폴란드 공영방송에서 쇼팽의 야상곡 C# 마이너를 연주하다 방송국이 포격을 당해 미처 연주를 끝내지 못하고 바깥으로 도주하며 시작됩니다. 1939년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슈필만과 그 가족들은 바르샤바에 고립됩니다. 처음에는 슈필만의 가족들은 독일의 침공에 대한 영국과 프랑스의 선전포고 방송을 들으며 환호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폴란드에 직접적 군사개입을 하지 않았고, 폴란드에서는 유대인에 대한 차별이 시작됩니다.

 

 

유대인들, 다비드 별 휘장 달다

바르샤바를 점령한 독일군 사령부는 유대인들에게 유대인임을 나타내는 다비드의 별 휘장을 달도록 지시합니다. 슈필만은 폴란드인 첼리스트 도로타와 가까운 관계가 되어가나 찾아가는 카페마다 유대인 출입금지라는 푯말에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나치 독일은 유대인에 대한 차별을 심화하여 바르샤바에 대규모 게토를 조성해 3년 동안 그들을 격리하기로 결정하고, 결국 수많은 유대인들은 자그마한 게토 안으로 수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스필만은 도로타와 이별하게 됩니다.

 

 

슈필만, 생계 위해 피아니스트로 근무하다

게토로 이주한 슈필만과 가족들은 가족끼리 흩어지지 않은 것만으로 감사했지만, 점차 그곳에서는 돈을 버는 것은 물론 먹는 것조차 힘들게 되었고, 유대인들은 그렇게 길바닥에서 죽어가기 시작합니다. 슈필만은 당시 추려놨던 물건을 팔다가 게토 내 식당에서 피아니스트로 근무합니다. 그래도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던지라 알아보고 그를 돕는 이들과 알게 되는데, 돌렉과 마요렉입니다.

 

 

게토 안에서도 사람들의 계몽활동과 저항운동을 위해 일하던 돌렉은 가족들과 신문을 만들어서 화장실에 뿌리고 있었고, 마요렉은 돌렉과 같은 이들을 돕기도 하며 이곳저곳의 힘 있는 지인을 유대인들에게 연결시켜주는 일을 합니다. 슈필만도 그들을 돕고 싶었으나 너무 유명하다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하며 돌렉은 거절합니다. 이러한 나날 속에 유대인 경찰에 소속되어 있던 이츠하크(Itzhak)는 헨리크와 슈필만에게 유대인 경찰을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합니다. 하지만 헨리크는 동포를 팔아먹는 짓은 안 한다는 이유로, 슈필만은 이미 직장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합니다.

 

 

유태인들 수용소로 보내지다

점점 시간이 지나고 유대인들은 나치 독일 기업인들의 허락 없이는 일을 할 수 없다는 법안이 공표되고, 나치는 허가장의 유무에 상관없이 슈필만과 가족을 비롯한 노동자들을 밖으로 끌고 와 몇몇을 지목하고 트럭에 태우고 떠납니다. 어느 정도 인원이 추려지자 나치 독일군은 노약자부터 먼저 수용소로 보내 처리합니다.

 

 

슈필만도 가족들과 함께 끌려갈 처지였지만 이들을 통제하다 슈필만을 본 이츠하크의 도움으로 가족 중 유일하게 빠져나오게 됩니다. 게토로 도망가서 노역하던 슈필만은 유대계 폴란드인들이 게토 안의 나치 세력을 습격하기 전에 게토를 빠져나옵니다. 그리고는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도움으로 숨어 삽니다.

 

 

슈필만, 목숨을 잃을 뻔하다

그러나 그들도 저항운동을 하다 체포되고, 슈필만은 숨어 지냈던 사실이 이웃에 들통나자 은거지를 나와 비상시 연락처에 적힌 주소로 도움을 청할 사람을 찾아가게 되는데, 이 사람이 우연히도 도로타의 남편이었습니다. 슈필만은 도로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녀가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해 아이를 갖고 첼로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숙이고 맙니다.

 

이후 도로타와 남편의 도움으로 새로운 도피처를 마련하나 도로타 부부의 부탁으로 슈필만을 돕기로 했던 안텍이 그의 도피자금을 횡령하고 도망치는 바람에 싹과 곰팡이가 핀 감자까지 먹을 정도로 난관에 빠져 영양실조와 솔라닌 중독 등으로 목숨을 잃을 뻔합니다.

 

 

통조림과 나치 장교의 등장

이후 바르샤바 봉기가 일어나고 자신이 숨던 곳이 독일군에게 공격받자 슈필만은 그곳에서 빠져나와 파괴된 병원으로 이동합니다. 바르샤바 봉기가 진압된 이후 독일군이 건물에 불을 지르기 시작하자 그는 예전에 간신히 빠져나왔던 게토로 다시 들어갑니다.

 

그 이후 게토의 폐건물 다락방에 숨어서 허기와 추위를 견디며, 게토를 뒤져가며 먹을 것을 구해서 살던 중 폐허가 된 집에서 큼직한 피클(Ogorki) 통조림을 발견합니다. 통조림 따개 대신 난로 쇠꼬챙이로 통조림을 따려다가 떨어뜨리는 바람에 통조림이 바닥을 굴러가고, 그의 앞에 나치 장교가 등장합니다.

 

 

독일군 장교인 호젠펠트는 슈필만이 유대인 도주자라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여기에 사냐?”, “직업이 뭐냐?”라고 묻고, 슈필만은 그의 질문에 “피아니스트였다”라고 답합니다. 그러자 호젠펠트는 “피아니스트?”라고 말하더니 슈필만에게 피아노 연주를 시킵니다. 슈필만은 자신이 피아니스트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생애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연주로서 쇼팽의 발라드 1번 G 마이너를 연주합니다.

 

 

살기 위해 연주하다

폐허 속에서 창가로 들어온 빛을 받으며 비참한 몰골로 필사적인 연주를 이어가는 그 시점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입니다. 슈필만의 입장과 호젠펠트의 입장을 복장으로 대조를 이루는 것뿐만 아니라, 폐허가 된 게토에서 연주되는 피아노라는 점과 초반에 말끔한 양복과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로 연주하던 슈필만의 입장, 동시에 걸리면 안 되는 숨어 사는 입장에서 그토록 치고 싶었던 피아노를 살기 위해서 연주해야 한다는 아이러니 등 여러 가지 의미에서 대조와 아이러니를 연출하는 명장면입니다.

 

슈필만의 연주가 호젠펠트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다른 나치와 달리 호젠펠트는 유대인인 슈필만을 즉결 처형하지 않고, 그 이후로는 직설적으로 여기서 숨어 사는 유대인이라는 것을 물어보고, 맞다고 대답하자 어디서 숨어 사는지, 먹을 것은 있는지 확인하고 가버립니다.

 

 

그 이후부터는 그 건물에 독일군 사무실이 들어서고, 호젠펠트가 슈필만의 은신처에 들려서 식량을 지원해주며 숨겨줍니다. 그러다가 점차 소련군의 공격이 거세지며 독일군은 퇴각하게 되는데, 호젠펠트는 슈필만을 마지막으로 만나고는 식량을 넘겨주며 퇴각 사실을 알립니다. 이때 슈필만이 감사함을 나타내자 “신께 감사하라”라고 말한 뒤 추워 보이는 슈필만에게 자신의 코트를 넘겨줍니다.

 

호젠펠트: 전쟁이 끝나면 뭘 할 건가?

슈필만: 다시 연주를 해야겠죠. 국영방송에서.

호젠펠트: 이름이 뭔가? 꼭 들어보겠네.

슈필만: ... 슈필만입니다.

호젠펠트: 슈필만이라... 피아니스트다운 이름이로군.

 

이렇게 호젠펠트와 슈필만의 마지막 만남이 끝납니다.

 

 

독일군이 떠나고 폴란드 동부군이 바르샤바로 온 걸 보고 숨어 지내던 생존자들이 하나둘 나온 걸 보고 슈필만도 밖으로 나와 살아남았다는 기쁨에 잠겨 사람들을 막 껴안으려 달려 나갑니다. 그런데, 하필 호젠펠트가 준 독일군 군복을 그대로 입고 있던 지라 겁먹은 여자의 외침 탓에 독일군으로 오해를 받아 소련군이 총을 쏴대는 바람에 하마터면 총에 맞아 죽을 뻔합니다. 근처 건물로 도망치며 총격을 간신히 피한 뒤 자신이 폴란드인이라고 소리쳐 확인받고 겨우 오해를 풉니다.

 

슈필만: 쏘지 마요! 폴란드인이에요! 난 폴란드인이라고요!

소련군 1: (사격 중지 후) 손들고 나와!

슈필만: 제발... 난 폴란드인이오. 제발요...

소련군 1: (의아해하며) 폴란드인?

소련군 2: (슈필만의 얼굴을 보고) 폴란드인 맞는데

소련군 1: 그 망할 놈의 코트는 대체 왜 입고 있어?

슈필만: 추워서요.

 

전쟁이 끝난 후 폴란드 인민공화국에서 피아니스트로 다시 활동하게 된 슈필만은 동료 음악가로부터 호젠펠트가 수용소에 갇혀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은혜를 갚기 위해 수용소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이미 그 간이 수용소는 철거되고, 호젠펠트는 다른 곳으로 보내집니다. 결국 슈필만과 호젠펠트는 끝까지 만나지 못한 채 호젠펠트의 사망과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슈필만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납니다.

 


피아니스트

The Pianist, Le Pianiste, 2002

개봉 : 2003.01.01.

장르 : 전쟁 드라마

국가 : 독일, 프랑스, 영국, 폴란드

러닝타임 : 148분

 

 

 

사족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주인공 역을 맡은 애드리언 브로디(Adrien Brody) 때문이었습니다. 어딘가 쓸쓸한 보이는 눈빛에, 유약하고 외로워 보이는 분위기가 인상적인 배우인데, 그의 열연은 ‘피아니스트’에서 빛을 발휘해 제75회 아카데미상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안겨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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